기사별보기

원간 한 줄
독자 글마당 ‘월간 한 줄’

2020-11-23

 

 

구두

글 전경수

 

 

‘엄마도 여자였단다.’
결혼 12년차. 현재는 세 아이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나, 이젠 누군가로부터
자기소개 요청을 받으면 단 1초의 망설임 없이 전경수 이름보다 엄마로, 아내로
소개하는 게 익숙해지다 못해 당연시 되어버린 현재의 나.
오늘 훌쩍 커버린 아이들 신발을 정리하며 하얀 먼지를 가득 품고

신발장 한켠에 방치된 내 마지막 하나 남은 구두를 보았다.

정확히는 발견했다고 해야겠다.
세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 신발에 치여 버리고 버려졌던 내 구두다.
아까운 마음에 맨발로 밀어넣고, 스타킹까지 꺼내 신었지만 분명 제값을 치루고

내것 이었던 구두는 이젠 나에게 더이상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호우 시절은 있다.
구두야! 그래도 나에게 진정한 가치의 호우 시절은 너를 신고,

한창 멋부리던 호기로왔던 그때 그 시절이 아니라 현재 삼남매의 어미로 삶을 사는 바로 이 순간,

지금이란다. 내 마지막 남은 구두 한켤레를 재활용으로 정리하고,

그 자리에 아이들 운동화로 채우고 신발장을 닫는다.

 

 

책을 읽는다

글 오현모

 

 

삶에 치여 힘이 들 때 그래도 재미나게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어 책을 읽는다.
꿀맛처럼 주어지는 휴식 사이사이 내가 좋아하고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한 앎에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가슴속 품고 있는 고독함과 외로움을 쉬이 나눌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할 때 위로를 담은 책을 찾아 읽는다.
살아가는 동안 나를 평안히 흐를 수 있게
견디고 성찰하는 힘을 주는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주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연필

글 최수지

 

 

연필은 샤프나 볼펜과는 사뭇 다른 친근감이 있다.

샤프의 편리함과 볼펜의 화려함은 아니지만 연필만의 성실하고 정직한 매력에 최근
다시 연필로 필기하는 것에 매료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연필을
쓰면 덜 어른스러워 보인다는 생각에 멀리두곤 했었는데 설계 도안
작업에서 손 도면을 그리게 되면서 제도샤프보다 연필을 선호하게 되었다.

연필심의 탄탄함, 연필 선의 깔끔함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사각거리는 소리는 나에게 있어

연필을 선택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연필은 꼭 한 번은 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껴 쓰던 녀석이 몽당연필이 되어버리면 이제는 이별해야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져 버린다.

마지막 심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4cm의 벽을 넘지 못하고 더 이상 종이 위에서 재주를 부리지 못하게 된다.
이것도 이내 아쉬워 아이에게 지구 환경을 들먹여가며 몽당연필을
최대한 써 보도록 권유하지만 결국 끝까지 쓰지 못하고 몽당연필꽂이에 담게 된다.
오늘도 몽당연필꽂이를 책상 위에 둔 채 아쉬움에 이별을 또 미루어버렸다.

 

 

독자 글마당 ‘월간 한 줄’ 모집

 

 

‘월간 한 줄’ 응모 방법
주제어가 담긴 사진과 이야기를 200자 이내로 보내 주세요.
삼행시나 언어 유희의 짧은 글도 좋아요!
hanam-city@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기간은 12월 12일까지이며, 채택된 이야기는 월간 한 줄
코너에 소개하고 소정의 선물을 보내 드립니다.

 

 

 

2020년 12월호
  • 기사수 1641
  • 조회수 3739
2020-11-23
2020년 12월호 썸네일

콘텐츠 만족도 조사

만족도 조사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편의성에 대하여 만족하시나요?

담당자 정보

  • 정보관리 공보담당관   브랜드마케팅팀
  • 전화번호 031-790-6066
  • 최종수정일 2024.06.10.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