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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흑성산 자락에 자리한 독립기념관은 상처를 딛고 일어선 민족의 자존심을 공간화한
‘기념비적 성소(聖所)’다.
1987년 국민 성금을 모아 건립된 이 거대한 장소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 건축이 민족주의적 도상을 어떻게 대규모 공간에 이식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
축과 구조로 읽는 겨레의 집
독립기념관 마스터플랜은 일직선의 거대한 축선(Axis)을 따라 전개된다.
정문 진입 광장에서 시작해 ‘겨레의 탑’을 거쳐, 백련못과 태극기 한마당을 지나,
멀리 흑성산을 배경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겨레의 집’까지 이어지는 일직선의 보행로는 방문객에게
심리적 엄숙함과 긴장감을 유도한다.
이는 궁궐, 사찰, 서원 등 대규모 전통 건축에서 흔히 사용되던 축과 배치의 맥락을 차용한 것으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일제가 경복궁 앞을 막아 세웠던 조선총독부 건물의 비틀린 축선을
바로잡고 민족정기를 본래 축으로 회복하겠다는 건축적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체 배치의 정점에 있는 ‘겨레의 집’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예산 수덕사 대웅전(1308년 건립)의 맞배지붕을 모티프로 삼았다.
형태와 비례는 차용하되 커다란 광장을 만들기 위해 현대적 방식의 철근콘크리트 구법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축구장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만한 넓은 바닥 위에 동서 길이 126m, 남북 폭 68m, 높이45m에 달하는
거대한 공간은 그 자체로 ‘지붕 있는’ 공공 광장 역할을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의 비밀 하나는 육중한 지붕을 지탱하는 광활한 하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벽체를 최소화하고 철골 트러스를 적극 활용한 구조로, 기둥과 지붕을 교곽 건설 방식으로 결합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겨레의 집은 사방이 외부로 시원하게 트이면서도 지붕 덮인 아늑한 광장을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반외부(Semi-outdoor)의 대공간으로 형성되었다.

기념관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전시관은 7개 개별 동으로 겨레의 집에 인접해 배치되었다.
선사시대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독립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구성했으며,
이 중 3·1운동을 다룬 제4전시관, 체험형 콘텐츠로 직접 참여하는 제7전시관은 가장 인기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다.
흔히 독립기념관을 무겁고 엄숙한 역사 공간으로만 기억하지만 세세히 공간을 들여다보면 뜻밖의 흥미로운
부분도 여럿 있다. 가령 겨레의 집 중앙홀에 있는 대형 조각 ‘불굴의 한국인상’은 조각가 김영중의 작품으로
3~4t 대형 화강암 247개를 쌓아 완성한 높이 15m의 군상이다.
전면은 높은 곳을 향해 손짓하는 아홉 인물의 인물상인데 후면은 부조로 백두산 천지 풍경을 새겨 놓았다.
민족 발원지와 저항 의지를 앞·뒷면을 활용한 대조적 조형 언어로 압축해 놓은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기념관 배치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추모의 자리로 오르는 계단 단수가 105개인 것도 의미가 담겨 있다.
105인 사건은 1911년 조선총독부가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을 조작해
그 핑계로 독립운동가 105인을 검거 투옥한 사건이다.
독립운동 역사의 중요 사건 중 하나로 실제 사건을 건축적 숫자로 새겨 넣은 것이다.

독립을 기념하는 장소는 나라마다 다른 공간적 형태로 표현된다.
미국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 센터는 공간 규모보다 ‘자유의 종’이라는 상징물을 중심으로
독립 정신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도 뉴델리의 간디박물관은 위대한 한 인물의 인생사를 통해 독립 정신의 철학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천안 독립기념관은 특정 인물이나 사건보다 민족 전체의 독립 정신을 하나의 공간 서사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어느덧 독립기념관은 개관 4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워싱턴 홀로코스트 기념관이나 이스라엘 야드 바셈이 민족의 수난을 인류 전체 인권 문제로 승화시켰듯,
독립기념관 역시 폭력에 맞서 인간 존엄을 지켜낸 보편적 장소로서의 품격을 지켜나가면 좋겠다.

독립기념관 관람 포인트
1. 진입 시퀀스: 축선(Axis)의 강렬함
정문에서 겨레의 탑을 지나 겨레의 집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보행로를 걸으며 건축물과
흑성산 자락이 겹쳐지는 시각적 긴장감을 즐기기.
2. 겨레의 집: 비움(Void)과 개방감
지붕 아래 거대한 스케일의 공간이 주는 압도감과 반외부 공간의 개방감 경험하기.
3. 홀대의 장소: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
철거된 총독부 청사 첨탑을 5m 깊이 지하 구덩이에 반매장해 관람객이 ‘내려다보도록’
설계한 ‘홀대의 장소’에서 일제 잔재의 청산과 극복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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