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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용산 전쟁기념관

2026-05-27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을 나와 이태원로 방향으로 걷다 보면 커다란 청동검이 눈에 들어온다. 

UN 창설 70주년을 맞아 설치된 6·25 기념탑으로 용산 전쟁기념관의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 

1994년에 문을 연 전쟁기념관은 사실상 대한민국 군대의 역사박물관으로 55만 점이 넘는 

유물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전쟁은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증오와 희생된 망자들, 아픈 상처만 남는다. 용산 전쟁기념관은 그것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곳이다.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가 줄어드는 지금, 과거의 교훈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용산 전쟁기념관은 그 자체로 묵직한 답변이 되는 셈이다. 

 

 

세계의 전쟁기념관,

각각의 철학

 

미국 워싱턴 DC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비는 땅을 파고 들어간 검은 화강암 벽에 전사자 이름만 새겼다. 

축이 위세를 부리지 않고 관람자 눈높이에 낮게 드리우며 슬픔과 성찰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친절한 안내도, 그럴듯한 공간도, 설명도 없다. 

찾아온 이들이 벽에 손을 대고 스스로 전쟁의 의미를 묵상하도록 유도한다.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 메모리얼은 아예 길을 잃게 만든다. 

먹색의 콘크리트 덩어리들 사이를 걷다 보면 방향 감각이 사라지며 세상과 격리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전쟁 피해자들이 느꼈을 혼란과 공포를 실제로 체감토록 하는 고도의 공간 전략이다.

이에 비해 용산 전쟁기념관은 ‘추모’와 ‘교육’ 그리고 ‘승전의 기록’을 결합한 종합적 성격을 띤 장소다. 

서구의 전쟁 기념 공간이 개인의 감정적 환기나 철학적 성찰에 무게를 둔다면, 

용산 전쟁기념관은 전쟁의 서사와 물리적 증거를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장소다. 

건축물 배치도 다분히 기념비적이다. 

국가 정체성과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전쟁 희생자에 대한 공식적 추모 의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전시의 핵심 공간은 단연 6·25 전쟁실이다. 

낙동강 방어선에서 인천 상륙 작전, 흥남 철수에 이르기까지의 전투 일지와 지도, 유물, 사진, 영상이 

촘촘히 재현되어 있다. 하지만 서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개인의 얼굴과 마주치게 된다. 

명 병사의 일기장, 가족에게 쓴 편지, 낡은 군화 한 켤레… 

국가의 역사에 가려진 이름 없는 누군가의 흔적이 현실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특히 전사자 이름이 빼곡한 명비(名碑) 앞에 서면 누구라도 긴 시간을 머물게 될 수밖에 없다. 

목숨을 잃은 국군과 유엔군 장병만 수십만명이다. 

이들의 이름은 통계상 숫자로 불릴 때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벽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이름을 훑으며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을 기리는 시간이 뜻깊다

 

 

 

 

 

상징과 실제가 공존하는

공간 미학


전쟁 기념관의 건축 개념은 고전 건축 배치 원리를 직관적으로 적용했다.

좌우 대칭의 웅장한 파사드, 기둥이 도열한 것 같은 열주 회랑, 광활하게 열린 중앙 광장과 건물 입구까지 

어지는 강한 축선은 방문자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압도한다. 

침묵과 추모의 분위기를 유도하며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건축적 스케일로 번역한 것이다. 

입구에서 본관까지 뻗은 평화의 광장을 걷다 보면, 방문객은 심리적 전이를 통해 도시와 일상의 

번잡한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지난 역사와 마주할 준비를 하게 된다. 

기념관 앞 야외에 서있는 ‘형제의 상’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전투 중에 만난 국군과 인민군 형제가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이념이 갈라놓은 허망한 

비극을 우리에게 묻는다.

내부 전시로 발걸음을 옮기면 텍스트 위주 지루한 나열이 아닌 실물 중심의 역동적 서사가 펼쳐진다. 

방문객의 눈길을 오래 붙드는 곳은 단연 중앙홀에 자리 잡은 거북선 실물 모형이다. 

2층 높이까지 이르는 거북선의 위용은 민족의 저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건축적으로 내부 보이드(Void) 

공간의 중심점 역할을 한다.

은은한 조명 아래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떠 있는 거북선은 경외심과 함께 묘한 정서적 안도감을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깊은 인상을 주었던 전시물은 야외 전시장의 참수리 357호정 복제 모델이었다. 

2002년 연평해전의 긴박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한 선체에는 교전 중 발생한 수많은 탄흔이 붉은색으로 

시되어 있다. 이는 전쟁이 지금 우리앞에 놓인 현실임을 실감케 한다.

다시 6월이다. 7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 하나.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건축은 종종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가장 묵직하고도 정직한 답변이다. 

용산 전쟁기념관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나들이를 즐기며 외국인들이 한국의 근현대사를 배우러 

오는 활기찬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기억하는 건 남은 자들의 의무다.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는 각자에게 남겨진 숙제다.

 

 

 

용산전쟁기념관 건축 포인트

 

1. 광장의 진입 시퀀스를 통한 전이공간 체험

도시에서 벗어나 너른 광장을 가로지르며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역사 속으로 들어서는 

심리적 변화와 전이공간의 힘을 경험하게 된다.

2. 전사자 명비 회랑의 시점 전환 체험

본관 회랑의 좁은 열주(기둥) 사이로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 벽면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국가 서사’에서 ‘개인 서사’로 넘어가는 시점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3. 야외 전시장의 실물을 통한 전쟁 체험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실제 무기들은 역사적 유물처럼 다가와, 전쟁의 처절함을 잠시나마 떠올려보게 한다.

 

202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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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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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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