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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I’가 주도하는 조용한 소비 내향형 경제
과거에는 단점으로 여겨졌던 내향적인 성향이 이제 소비 시장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떠올랐다. ‘집’과 ‘나’에 중심을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충만하게 보내려는 사람들이 소비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글. 편집실

내향적인
소비자가 온다

혈액형으로 성격 유형을 구분 짓던 때를 지나 MBTI(성격유형검사)가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지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물론 과몰입은 주의해야겠지만, MBTI는 나와 타인의 성향 차이를
이해하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MBTI의 유행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 중 하나는 내향성이
잘못됐다거나 고쳐야 할 성격이라는 인식이 단순한 편견임을 알게 했다는 점이다.
MBTI는 에너지 방향에 따른 성향을 ‘E(외향형)’ 또는 ‘I(내향형)’으로 구분한다. ‘E’는
사교적이면서 관심사가 외부에 있고 ‘I’는 내성적이며 관심사가 내부에 있는 편이다. 예로부터
외향적인 사람은 성격 좋고 사회생활을 잘하는 편이고, 내향적인 성격은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고쳐야 할 약점으로 여겨졌다. 각종 브랜드도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외향형 소비자를 겨냥해 마케팅을 펼쳐왔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소비 대신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행하는 경제활동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앨리슨 슈레거는 이를 ‘내향형 경제(Introvert Economy)’라고 설명한다.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도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직장 동료,
친구들과 만나서 사회생활을 하기보다 집에서 조용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추세가
된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회식 자리 등에서 억지로 술을 마시거나 원치 않는 모임에 끼는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등 자신만의 생활을 오롯이 즐기곤 한다.
소비 시장의
변화가 가져온 것

기술, 인프라의 발달과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활발해지고 ‘집콕’ 문화가 익숙해지면서 홈카페, 홈트레이닝 등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활동과 관련된 소비 시장이 급성장했다.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OTT 시청 등 실내에서도
충분히 소비와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되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사람들의 생활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내향형 경제는 비단 실내에서 하는 활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나 홀로 여행을 뜻하는 ‘혼행’이
늘어나는 추세고, 캠핑카 대신 일반 차량 내부를 차박이 가능하도록 갖춰 가볍게 떠나는
스텔스 차박도 인기다. 최근에는 내향형 소비자들을 위해 혼자 사색을 즐길 수 있도록
대화가 금지된 침묵 카페, 바(bar)도 등장했다.
이렇듯 소비 시장이 변화하면서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구독 서비스, 개인화 알고리즘, 소규모 커뮤니티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은 내향형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이 되었다.
내향형 경제의 등장은 성격의 우열을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누구나
각자의 방식에 따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는 소비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만족을 얻는 소비도 하나의
흐름을 주도하는 힘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내향형 경제는 특정 성향을 가진
일부만의 이야기가 아닌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새로운 소비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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