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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산성의 시간 속으로
이성산성
하남시를 대표하는 유적 중 하나인
이성산성은 삼국시대인 6세기 중반에
축조된 성곽이다. 현재는 하남시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이자 산책로로 시민들 곁에
늘 함께하는 이성산성으로 떠나본다.
글. 김지연 사진. 오충근
이성산성이 간직한 역사
산이 말을 건넨다면 이성산성은 아마 조용한 속삭임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성곽의 흔적이 이어진 이성산 자락에 서면 바람이 오래된 돌담을 쓰다듬고,
햇살은 천천히 시간을 더듬는다.
일상으로부터 잠시 걸어 나와 이곳에 발을 디디면 마치 누군가의 기억 속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성산성은 하남시 춘궁동 이성산에 화강암으로 쌓은 S자 모양의 포곡형 산성으로,
해발 209.8m의 이성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랜 세월이 간직한 담백한 고요를 간직한 곳이다.
삼국시대 격전의 중심이던 한강 유역을 둘러싸고 쌓은 성벽은 우리에게 전쟁이나 영토가 아니라,
시간을 견뎌낸 풍경을 보여준다.
이곳은 북쪽으로 한강 유역이 내려다보이고, 남쪽과 동쪽은 남한산과 검단산,
서쪽은 야산으로 막혀 있어 한강 유역을 방어하기에 최적의 요충지였던 곳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성산 정상에 올라 시내를 바라보면 하남시가 예로부터 천혜의 입지에
자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성산성은 세월 속에 빛바랜 흔적이 아니라
고대 한강 유역의 정치, 군사 중심지였음을 증명하는 귀중한 유적지다.
2000년 성내 전 지역이 국가유산 사적으로 지정되면서 이성산성은 지나간 시대의
중심지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시간의 공존, 역사와 문화의 공존
이성산성의 총 둘레는 약 2km, 성벽의 높이는 6~7m다.
성벽은 총 두 번에 걸쳐 만들어졌는데 1차 성벽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무너졌고,
새로 쌓은 2차 성벽은 둥그스름한 모양으로 다듬은 성돌을 견고하게 쌓아
다시금 굳건한 요새를 구축했다.
1986년부터 실시한 여러 차례의 발굴조사 결과 이곳에서 직사각형의 건물터와
제를 지내던 8각, 9각 건물터, 부대시설이 발견되었다.
토기, 기와, 무기류 외에도 괭이, 삽, 나무 빗, 천 조각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함께 출토되었다.
대부분이 6세기 중반 이후의 유물인 점과 성을 쌓은 기법으로 미루어 이성산성은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한 후인 6세기 중반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성한 풀 사이로 드러난 초석과 성벽의 흔적은 말이 없지만,
이 공간이 간직한 시간과 그 속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하남이성산성문화제는 이성산성을 더욱 친숙하고 생동감 있는
유적으로 인식하게끔 해준다. 유적을 소중히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시도가 이 축제에 담겨 있다.
이성산성을 찾는 여행자라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로를 통해 고대와 현대,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만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산성은 오늘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찾아오는 이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다.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이성산성의 풍경을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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