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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새롭고
‘힙’한 유행이 되다
힙트레디션
한복, 도자기, 불교미술과 같은 문화유산이 이제는 K팝
아이돌의 무대 의상이나 인테리어 소품, 패키지 디자인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오래된 유산을 신선한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이 흐름을 일컬어 ‘힙트레디션’이라고 한다.
글. 편집실
전통과
글로벌 감각의 만남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귀를 퇴치하는
‘데몬 헌터’로 활동하는 3인조 K팝 걸그룹의 이야기를 그렸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한복, 노리개, 갓 등 전통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한다. 공연장 무대에는 경복궁 근정전과 병풍 일월오봉도가 등장하고,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는 한옥 마을을 연상시키는 등 작품 전반에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미감이 적극 활용됐다.
그런가 하면 예능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한국 팀 ‘범접’은 저승사자,
부채춤, 상모돌리기 등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댄스 퍼포먼스에 접목시킨 무대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내려온
우리의 문화유산을 새롭고 세련되게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글로벌 대중문화와 전통문화의 결합은 시각적 효과를 위한 단순 연출 차원이
아닌 전통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소비하고 해석하려는 트렌드, 힙트레디션의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힙(Hip)과 전통적인(Tradition)의 합성어인 힙트레디션은
전통문화가 특정 세대나 의례의 틀에서 벗어나 누구나 소비하고 즐기는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전통이 낡고 경직된 것이 아니라 해석의 방식에 따라
충분히 글로벌 감각을 지닌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해석으로
이어지는 현대의 전통
힙트레디션이 반짝 유행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전통을 유산이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MZ세대의 소비 방식이 있었다.
이들은 전통문화를 교과서나 박물관에서 접할 수 있는 멀고 낯선 것이 아닌 SNS,
유튜브, 굿즈(파생 상품), 패션, 음악 등 실생활에서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 소비한다.
약과, 유과는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에 접하는 전통음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핫한 디저트가 되었다. 도자기, 나전칠기 등 전통 공예
기법을 활용한 패션 소품도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숍에서 판매하는 뮷즈(뮤지엄+굿즈)도 힙트레디션의
인기에 힘입어 매진 행렬을 이어 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전통 민화 ‘작호도’에 나오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기존에 박물관 기념품숍에서 판매 중이던 호랑이와 까치 배지가 영화 공개 이후 금세 품절됐다.
미니어처로 제작된 반가사유상, 금동대향로 등의 굿즈도 인기다.
전통은 낡았기에 오히려 새롭고, 오래되었기에 깊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힙트레디션이 지나갈 유행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전통은 본래 변화와 해석을
통해 살아남는 법이다. 전통을 일상에 불러내고 현대의 언어로 다시 이야기하는
창의적인 접근 또한 전통을 이어 가는 색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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