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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영아
새로운 명칭으로 생기를 불어넣다
시민 제안으로 ‘당정뜰’ 선정
시민의 휴식처로 다시 태어난 한강 당정 둔치
아침이면 소 몰고 가 풀을 먹이고, 농한기에는 돗자리를 깔고 도마뱀과 친구하며 노닐던 곳.
1980년대 한강 정비 사업으로 사라졌던 당정섬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4월 한강 팔당지구 하천 정비 사업이 완료되면서,
당정 둔치가 ‘당정뜰’이라는 이름을 받아 시민의 쉼터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지난 12월 1일에는 ‘당정뜰’ 제막식과 함께 명칭 공모 수상작의 시상이 진행되었으며, 표지석도 세워졌다.
하남시는 지난 4월 20일부터 5월 4일까지 15일간 시민을 대상으로 한강 당정 둔치 새 명칭을 공모했다.
총 154건 공모안 중 하남시 백년도시위원회 자문과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최우수상(박수자 ‘당정뜰’), 우수상(김동혁 ‘도미나루공원’), 장려상(이다혜 ‘가람새터’)이 선정되었다.
그리움과 희망이 배어있는 공간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수자(78) 님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당정섬을 놀이터
삼아 지낸 삶을 서정적인 자작시와 함께 ‘당정뜰’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다.
그의 시에 담긴 당정섬은 소라며 조개며 밥상 위를 푸짐하게 하던 곳이었고
여름이면 멱을 감고 겨울이면 얼음질 하던 놀이터요 정원이었다.
시에는 개발로 사라졌던 당정섬에 대한 그리움과 희망이 짙게 배어있다.
김상호 하남시장 역시 ‘하남의 허파인 당정뜰이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쉼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당정뜰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전했다.
모두의 바람대로 철새 도래지, 맹꽁이 서식지, 잉어 산란지와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자전거도로 등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당정뜰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하남 시민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당정뜰
박수자
백사장 너머 머나먼 길 땅콩밭 일구고
싸리가지 한 짐 베어와 빗자루를 만들던 곳.
오늘은 꿩을 잡아 요리해먹을까?
꿩 알이라도 주울 수 있을까 헤메던 곳.
농한기 한가한 날 돗자리 깔고
마뱀과 친구하며 노닐던 곳.
아침에 소 몰고가서 풀 먹이고
마른 소똥으로 불쏘시개 하던 곳.
여름이면 멱을 감고
겨울이면 얼음질 하던 곳.
소라며 조개며 피래미 모래무지
밥상 위에 푸짐하게 해주던 곳.
각종 야생동물의 놀이터요,
나의 정원이었던 곳...
당정리 섬.
언젠가 인간에 의해 흔적도 없어졌다가
어느새 자연에 의해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제는 나의 정원도 그 어떤 사람의 정원도 아닌,
인간이 파괴하고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의 정원, 자연의 뜰.
나는 그곳을 ‘당정뜰’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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