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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안전(주)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도 없던 그때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도 모른 채 무작정 사명감 하나로 뛰어든 사람들. 원칙을 지키며 운영했지만 위기는 매번 찾아왔다. 그래도 버릴 수 없었던 사회적 약속이 있었기에 그 길을 꿋꿋이 갈 수밖에 없었던 그들.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철학 하나로 세월을 버텨온 그들의 의미 있는 실패담을 들어본다.
글 문영경 / 사진 봉재석

돈보다 철학을 택했던 실패
사회적기업 ‘사람과 안전’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료기기안전원’이라는 방사능 기기 검측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 모태였다. 그러나 사업은 2017년 실패로 끝이났다. 경기도 성남시에 소재해 있던 한국의료기기안전원은 병원 X-ray 기기의 의무 안전 검사를 시행하던 기업이었다. 총 18명의 직원과 광주와 대전에 지사를 운영할 만큼 잘 나가던 업체였으나 결국은 자금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X-ray 기기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양의 적정성을 검사하는 게 본업이었으나, 기기의 적정성이 불합격으로 판정될 경우 해당 병원이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방사선사가 실직을 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검사원의 수치 조작이 업계의 관행이었던 당시 한국의료기기안전원은 이 관행을 타파하고 검사 본연에 충실한 유일한 업체였다. 당연히 영업이 될 리가 없었다. 박성준 대표가 수 억 원의 자기자본을 투자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폐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폐업을 할 때도 혼자 결정하지 않았어요. 직원들과 회의하면서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일부 직원은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일반 회사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냈었죠. 그러나 회사 설립의 근본을 생각하자고 했어요. 사회에서 도태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오랜 병폐로 지적되어 온 업계의 관행을 타파하는 게 저희의 목적이었으니 까요. 돈을 벌자고 그 근본을 저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다시 사회적기업
한국의료기기안전원을 폐업한 후 한동안 힘든 시간을 겪었던 박성준 대표는 원래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했었다. 자연히 건축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한국의료기기안전원을 운 영했던 경험을 건축과 연계해 다시 사회적기업을 재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성남에서 연고가 있는 하남으로 지역을 옮기고 자기가 잘 아는 건축과 관련된 일을 찾아 올해 사람과 안전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사회적기업을 다시 재창업하였다. 건축물을 유기체로 보면 그 시작은 설계이고, 그 삶은 유지관리이며, 그 끝은 철거이다. 사람과 안전은 그 삶인 건물 청소에서 소독, 유지관리까지의 과정을 담당하는 회사이다. 2년동안 필요한 면허와 자격증을 준비하며 사회적기업의 요건을 갖춘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인적쇄신에 나섰다. 본인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외부 영업을 담당하고 전문 CEO를 영입하여 운영을 맡겼다. 그렇게 김성환 이사와 인연을 맺었다. “사람과 안전은 아직 시작단계입니다. 현재 근로자 3명이 함께하고 있는데요, 모두 취약계층입니다. 건물관리업 자체가 수익 구조가 큰 사업이 아니라 이분들에게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선한 행동이 만드는 선순환
김성환 선임대표이사는 폐자재의 순환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하남시는 대규모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개발 사업이 끝나고 남은 잉여자재들을 수거해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화 작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때 시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건축주들을 설득해 잉여자재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자재의 분류와 주거 정비 과정에서 필요 한 인력은 하남시 자원봉사센터의 인력풀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잉여자재들이 선순환되면 쓰레기 등 지역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박성 준 대표의 철학대로 김성환 이사는 사람과 안전의 다음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의 다각화를 통해 매출이 안정되면 양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퇴직한 50대 이상의 중년들이 사회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다시 설 수 있게 하고, 기회가단절된 취약계층에게 삶의 또 다른 의미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기업의 이름에 ‘사람’이 있는 이유는 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이렇듯 사람을 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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