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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석(복지국가소사이어티 커뮤니티 케어 위원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복지의 진화
지난 6월 서울 도봉구와 경기도 광명시 주·야간보호센터의 입소자와 종사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대구, 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한 노인시설에의 감염은 K-방역이라는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를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나 각계각층의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도 분주하다.
최근 국회에서 노인 돌봄에 대한 대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여기에서 나타난 의제는 감염병 관리시스템과 지침 마련, 코호트 격리에 대한 검토,
노인 시설 근로자에 대한 지원 체계 마련과 관리 감독 강화,
국립 요양 시설 확충 등 공공 인프라 강화와 같은 것들이었다.
이러한 논의가 긍정적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감염병 관리 시스템과 지침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가,
노인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근로자에 대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며 국립 요양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코로나 감염을 예방하는 데 어떠한 효과가 있는가 하는 점 등에서 명확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쉬운 부분이다.
코로나19는 여러 분야에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요한 분야가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보건복지이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에 대한 뚜렷한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혹자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지금까지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라고도 하지만 K-방역 모델은
이미 세계적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19라는 사건은 ‘K-복지’ 또는 ‘K-사회보장’이라는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K-복지, K-사회보장’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얼마 전 정부는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사업,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 사업 등을 발표하였다.
특히 비대면 산업과 관련하여서는
➊ 전 초·중·고 디지털 기반 교육인프라 조성
➋ 전국 대학 및 직업훈련 기관 온라인 교육 강화
➌ 중소기업 16만 개에 원격근무 인프라 보급, 그리고
➍ 감염병 비대면 인프라, 건강 취약계층 디지털 돌봄
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 분야와 관련하여 눈여겨볼 점은 역시 감염병 비대면 인프라 구축 및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돌봄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조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다만 지금의 논의나 연구·개발은 지극히 단편적이거나 하드웨어 중심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아쉽다.
진입벽 개선(barrier-free), 호흡·맥박·활동 감지센서, 에너지 미터, 난방 제어, LED조명, 통합 리모콘 연동,
사물 인터넷(IoT) 활동량 센서, 온·습도 센서, 문 열림 및 가스 차단 감지기, AI스피커,
응급 알림장치 등과 같은 기술 등이 그렇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왜, 어느 측면에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검토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다양한 하드웨어들을 종합적으로 컨트롤하고 동시에 노인·장애인·아동 등
이른바 사회적돌봄(필자는 사회적 동반자 관계라고 지칭)이 필요한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것들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정책적·제도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그 무언가를 ‘사회보장 플랫폼(K-플랫폼)’이라고 하자.
이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점에서 어느 국가, 기관, 회사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행정·종사자·재무회계·이용자라는 업무 체계이다.
특히 종사자와 이용자는 국가에서 볼 때 공무원과 국민이고,
기관이나 회사에서 볼 때에는 직원과 클라이언트이다.
그리고 보건복지 분야에서 직원은 의료인이나 사회복지사, 직접서비스 제공자 등이며
클라이언트는 환자 또는 수급자를 의미한다.
이 네 가지 업무 체계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수직적·수평적·입체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필요가 있다.
좀 더 쉽게 보건복지 분야로 예를 들면 이용자 측면에서 볼 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슨 서비스를
누구로부터 얼마에 받을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는 어떠한 방식과 체계로 관리되는가,
나아가 그러한 일련의 계획, 과정, 결과를 어떻게 축적·활용할 것인가 등이 이음새 없이 연결되어 있다면
앞서 언급한 여러 하드웨어 기술의 목적이나 활용도 또한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기술이 지금 막 지은 한 톨의 밥알이라면 사회보장 플랫폼과 같은 소프트웨어는 이를 담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이 그릇이 크고 정교하다면 앞으로 개발될 어떤 하드웨어 기술이라도 모두 담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끈끈함도 더해 갈 수 있다.
세계적 소프트웨어 회사인 구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보건복지, 특히 복지 분야에서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또한 이 분야에서 이용자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보장 플랫폼은 광범위한 부문에서 변화를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장·사회복지에 대한 개념 내지 실천 체계, 지역 사회의 범위, 자원의 목적과 기능,
서비스 객체로서의 이용자에서 주체로의 전환, 다분야·다기능 서비스의 통합적 제공 및 관리,
4차 산업 기술과 사회보장·사회복지 인프라와의 결합, 이러한 일들을 수행할 전문 인력이나 일자리 창출,
원격 의료를 비롯한 비대면 돌봄, 도시 재생이나 스마트시티 구현 등에서 말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한 성찰과 준비가 필요한데, 여기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해진다.
4차 산업은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4차 산업 기술을 이용한 노인 돌봄은 보건복지뿐 아니라 도시 재생, 스마트시티, 과학기술,
벤처기업 활성화, 새로운 노동시장 개척 등과 같은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나 지자체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못한 것 같다.
예컨대 취약계층 돌봄만 해도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각각 추진되고 있으며
서로 연계나 교류가 없거나 부족하다. 이는 대부분의 지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융·복합 시대라는 변화에 좇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짚어봐야 할 지점이며 깊은 고민과 검토를 통해 최적의 방안을 찾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지역사회 계속 거주(AIP, Agingin place)를 그리워하는 상황에 와 있다.
역설적이게도 AIP는 우리가 앞으로 살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이전으로의 회복을 의미한다.
다행히 4차 산업은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인간 삶의 질, AIP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융·복합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방관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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