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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진아
여름철 ‘차량 갇힘 사고’, 우리 아이는 안전할까?
잠깐의 ‘깜빡’이 우리 아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금방 갔다 올게, 기다려”라는 말에
우리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매년 여름철이면 증가하는 차량 갇힘 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건 꾸준한 예방 훈련과 제도 및 기술적 보완뿐이다.
어른에겐 ‘잠깐’, 아이에겐 ‘치명’
소방청에 따르면 차량 갇힘 사고는 2016년 1500여 건,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1400여 건 발생했다.
이 중 46%가 스스로 경적을 울리거나 구조를 요청하기 어려운 3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일어났다.
차량 갇힘 사고는 여름 폭염 속에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연구팀이 차량을 땡볕에 1시간 동안 세워두고
내부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 당일 온도는 37.8℃에 달하는 뜨거운 날씨였고
차량을 1시간 동안 땡볕에 주차한 결과 내부 온도가 평균 46.7℃까지 올라갔다.
특히 대시보드 부분은 평균 69.4℃, 운전대는 평균 52.8℃, 앞좌석은 50.6℃까지 뜨거워졌다.
이 실험에 근거하여 2살 아이가 차 안에 남겨졌다고 가정했을 때 체온이 39.1℃까지 올라
고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계속되는 차량 갇힘 사고, 방법이 없을까?
2016년 7월 광주광역시에서는 4살 어린이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남겨진 지 8시간이 지나서야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체온이 42℃에 달했던 아이는 치명적인 뇌손상을 입고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2017년 경기도 과천에서는 5살 어린이가 어린이집 버스에 2시간 30여분 동안 방치됐다가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2018년에는 경남 의령에서 외할아버지가 3살 손자를 차에 태운 것을 깜빡 잊고 내렸다가
4시간 여 만에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고, 제주에서는 부모가 열쇠를 두고 내리면서 차 문이 저로 잠겨
아이가 갇히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기도 했다.
차량 갇힘 사고의 대부분이 어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차에서 내릴 때는 항상 내부를 꼼꼼히 확인하고,
차에서 아주 잠깐 자리를 비울 때에도 반드시 아이를 데리고 내려야 한다.
핸드폰 등 중요한 물품을 아이의 옆 좌석에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
2016년 6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린이 통학버스에
동승 보호자 탑승이 의무화되어 2017년부터 본격 시행되었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도 불구하고 줄지 않는 어린이집 차량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어린이집 통학버스 하차 확인 장치 작동을 의무화했다.
하차 확인 장치란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로도 불리는데 잠자는 아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이미 시행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는 통학 차량의 가장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하는 제도로 운전자가 통학버스 맨 뒷좌석에 설치된 버튼을 눌러야 시동을 끌 수 있는 시스템이다.
누르지 않고 시동을 끄면 경고음이 울린다.
‘꾹’ 버튼과 ‘꼭’ 스티커
국제아동인권센터에서는 ‘꾹 버튼’과 ‘꼭 스티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꾹 버튼’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기 전 한 번 더 아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빛과 소리로 돕는 장치이고,
‘꼭 스티커’는 행인들에게 혹시나 남겨진 아이가 있는지 살펴봐주기를 요청하는 일종의 차량 부착 사인이다.
위험에 대처하는 체험교육
행정안전부는 매년 ‘어린이 안전짱 체험 박람회’를 열고 있다.
안전 체험 박람회에서는 교통안전, 소방안전, 재난안전, 생활안전과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소방서 내에는 ‘119 안전 체험관’을 설치·운영 중이며, 그 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서울 양천소방서 119 안전체험관’에서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어린이가 차량에 갇혔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체험장을 설치해 안전벨트, 경적, 핸들이 장착된 모형 차량에서 아이 스스로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아이들이 쉽게 숙지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엉덩이 빵빵’ 동요를 제작하기도 했다.
차량 갇힘 대응법 알려주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아이에게 차량에 갇혔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먼저 차량 갇힘 상황을 가정하고 혼자서 안전벨트를 푸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앞쪽의 운전석으로 이동하여 뒤로 앉아 자동차 핸들을 엉덩이로 깔고 앉아 ‘빵빵’ 경적을 울릴 수 있도록 교육한다. 아이들은 힘이 약해 어른처럼 손의 힘만으로 경적을 크게 울릴 수 없으므로 신체 무게를 이용해 경적을 울리면 자신이 갇혔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구조 요청을 할 수 있다.
기술적인 장치를 바탕으로 운전자 및 관리자 등의 크로스 체킹도 수반되어야 한다.
크로스 체킹 3단계
1단계
운전자의 확인
도로교통법 53조 4항: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운행을 마친 후
어린이나 영유아가 모두 하차했는지를 확인하도록 규정
2단계
인솔 교사의 확인
어린이가 탈 때, 내릴 때 탑승 인원 확인
3단계
아이 등원 여부 확인
운전자, 동승 보호자, 담임선생님까지 3단계 크로스 체킹
아이들이 혼자 차안에 남겨졌을 때 경적을 누를 수 있게 가르쳐 주세요!
먼저, 혼자서 안전벨트 푸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알려주세요.
그 다음, 아이들의 작은 손으로 경적을 크게 울릴 수 없으니
신체 무게를 이용하여 엉덩이 등으로 누를 수 있도록 교육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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