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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必)환경 시대의 환경운동 톺아보기

톺아-보다 : 순우리말,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다.

2020-05-29

 

필(必)환경 시대의 환경운동 톺아보기

톺아-보다 : 순우리말,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다.

 

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환경 친화적인 삶에 대한 강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그저 하면 좋은 친환경의 차원을 넘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必)환경’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필환경 시대에 맞게 제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➊ 포장지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단계에서 아예 포장 없는 식료품 가게도 등장했다 .

➋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➌ 세계 정상들을 향해 기후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한 스웨덴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

 

 

 

친환경으로는 부족하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환경문제가 바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바이러스의 주기적인 출현은 결국 파괴된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로, 엄청난 손실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야기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에게 환경문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당면과제로 강조된 바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벌어지는 이상기후와 해수면 상승, 자원 고갈과 플라스틱 폐기물의 급증,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없이 야외를 나갈 수 없는 불편한 삶, 버려진 해양 쓰레기로 인해 코에 빨대를 꽂은 채 죽은 바다거북이나 비닐봉지 80개를 삼킨 채 죽음을 맞이한 고래... 그래서 제기된 것이 이제는 더 이상 친환경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의 변화였다. 그저 챙기면 좋은 친환경이 아니라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필(必)환경 시대가 요구된 것이다.

필환경 시대는 이제 환경문제가 막연히 좋은 환경을 꿈꾸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결국 치러야 할 만만찮은 비용이라는 점에서 보다 실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6월 유엔환경계획이 내놓은 ‘일회용 플라스틱-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로드 맵’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해마다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무려 4억 톤에 달하고 2050년까지 바다 조류의 99%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거라고 한다. 결국 그건 고스란히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해양 경제가 미치는 손해는 이미 해마다 130억 달러(14조 6,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결국 각국은 이 보고서에 대한 저마다의 대응 전략들을 내놨다. 우리나라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률을 70%까지 높이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50% 이상 줄이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이다.

 

 

제로 웨이스트, 전 지구적 확산

생활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이 쓰레기가 배출되는 물품을 사용할 때는 최대한 재활용하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소비자 운동과 업체의 공조가 만나 이뤄진 필환경 트렌드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으로 포장지를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는 단계에서 이제는 아예 포장 없는 식료품 가게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레인보 그로서리나 캐나다 밴쿠버의 나다 그로서리에서는 소비자들이 집에서 가져온 장바구니를 이용한다. 이런 포장 없는 식료품점은 국내에도 상륙해 성수동에 있는 카페 겸 식품점인 ‘더 피커’, 동작구에 자리한 제로 웨이스트샵 ‘지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물건 구입에 있어서 재활용 가능성을 생각해 쓰레기를 사전에 줄이는 ‘프리사이클링(Precycling, Pre+Recycling)도 필환경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다. 1회용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1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며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프리사이클링은 유통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여 보다 저렴한 가격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과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던 패션 업계도 최근 ‘컨셔스(conscious) 패션’이 새로운 환경 트렌드로 등장했다. 컨셔스패션이란 환경을 의식하는(eco-conscious) 패션으로 생산 과정에서 생겨나는 염색 등의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생산이나,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버려지는 대량의 쓰레기를 줄이는 재활용 방식 등을 말한다.

중요한 건 밀레니얼 세대들이 필환경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웹인덱스에 따르면 물건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겠다는 의견이 22세부터 35세까지의 밀레니얼 세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의 폴 폴먼 대표가 “회사에 닥쳐 올 가장 큰 위기는 밀레니얼 세대와의 연결점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 연결 고리의 키워드로서 ‘친환경’을 택한 건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 변화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또 필환경 상품은 자신만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도 부합하는 면이 있다.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에서는 3년 차가 된 의류 제품을 소각하지 않고 해체시켜 새로운 패션으로 소량 생산함으로써 차별화된 디테일을 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필환경 트렌드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나 윤리적 선택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더 멋지고 힙한 트렌드로서 선택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런 트렌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 지구적 위기와 맞물려 보편적인 소비문화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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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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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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