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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대유행과
지역사회 안전 증진
조준필
지역사회안전증진연구소 소장
아주대학교의료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전 세계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종식 시키기 위해 공중보건 부문에 인적·물적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ISCCC)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지난 3개월 동안 10여만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30여만 명이 도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으며, 20여만 명이 자살로, 12만 5,000여 명은 폭력에 의해 사망했다.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 중 5만여 명은 가정 폭력에 의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두려워하는 것만큼이나 손상 발생에 의한 사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초래된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는 손상 발생의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집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재택근무, 휴업, 휴가, 휴직이 증가하면서 사람 간 혹은 경제적 스트레스와 관련된 손상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에서 세계 각 도시의 손상 감시 체계를 통해 파악한 손상 양상에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다고 한다.
여성 및 아동 상대로 한 가정 폭력 현저히 증가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한 가정 폭력이 현저히 증가했다. 위기에 처한 여성이나 아동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월 6일 아래와 같이 강조했다.
우리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힘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쟁터부터 가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이러한 폭력은 반드시 예방되어야 하며 이는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가능합니다. 즉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사법 처벌을 강화하고, 응급 경고 체계를 확립하며 가해자가 알지 못하는 장소에 피해자를 위한 쉼터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여성의 권리와 자유는 지역사회를 건강하고 회복 탄력성 있는 사회로 만드는 데 필수입니다.
정신적 스트레스 장애와 자살률 증가
감염병이 발생한 일부 도시에서는 취약 계층 가정 방문을 포함한 상담과 지원 서비스가 증가했으며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도로 교통사고 손상 ‘중상’ 비율 증가
도로에 차들이 줄면서 도로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한 반면, 중상 건수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운전자들이 텅 빈 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는 등 부주의한 운전 때문이라는 방증일 수도 있다. 차량 속도가 도로 교통사고 손상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예측 인자 중 하나이기에 많은 도시에서 사고 건수 대비 사망 건수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가정 내 손상의 증가
아동 및 노인 낙상을 포함한 일반적인 가정 내 손상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을 통해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 안녕을 지키는 것은 경제적 비용 부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경제적 지속성을 위해 필수적인 전략적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감염병 대유행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나라나 도시는 효율적인 손상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공중보건 및 공공의료 기반과 사회적 협력 체계를 잘 갖추고 있어서 조기 대응에 용이하다.
정부나 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사회 안전 증진에 책임이 있는 관련 기관 단체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코로나19가 미치는 손상 양상 변화를 잘 파악하고 올바르게 대응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국제안전도시
1989년 스웨덴에서 채택한 안전도시 헌장(Safe Community Manifesto)의 “모든 인류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All human beings have equal rights to health and safety)”를 모토로, 모든 손상 분야와 인구 집단 및 환경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지역사회 안전증진사업을 이르는 말. 국제안전도시로 공인했다는 의미는 해당 자치단체가 안전한 정도(수준)를 지속적으로 향상시켜나갈 수 있는 기반과 역량을 갖춘 도시라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것이다.
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풍경
‘언택트’(Untact) 문화
비접촉,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문화는 모바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AI 같은 무인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등장했지만 그 저변이 만들어지는 속도는 점진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그 문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언택트 문화
사실 비접촉, 비대면을 통해 이뤄지는 언택트 문화는 이미 디지털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에게 조금씩 열리고 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하나였다. 예를 들어 영화관을 떠올려보라. 과거 영화를 보려면 영화관에 가서 티켓 창구에서 판매원에게 티켓을 구매해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 예매가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판매원의 숫자보다 키오스크가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키오스크로 표를 사거나, 아니면 아예 개인 모바일에 다운받은 앱으로 표를 구매해 그 화면을 보여주기만 하면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음식점에 설치된 셀프주문기기나, 무인 편의점, 로봇 바리스타, 무인 스터디카페 등등 어느새 언택트 문화는 우리 일상 속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변화 속도는 그리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직접 대면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훨씬 더 인간적인 느낌을 주고, 또 그 익숙한 습관의 관성이 그런 변화에 제동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한 완강한 저항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감염병의 유행으로 인해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직접 대면을 피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언택트 문화를 경험하게 됐다. 이제 마트를 직접 찾아가 물건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은 온라인쇼핑과 택배 소비를 일상적 수준으로 선택하게 됐고, 3월이 되어도 등교할 수 없는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었으며, 출퇴근 하는 샐러리맨들이 꿈꾸던 재택근무도 강제적으로 경험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미팅이나 회의도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다. 영화관 매출이 젼년 대비 10분의 1로 줄어들은 반면, 넷플릭스 같은 OTT를 통한 콘텐츠 소비가 급증했고 모터쇼나 콘서트 각종 행사들도 이제 랜선으로 하는 문화가 생겨났다. 디지털네트워크와 AI, 로봇 기술 등의 발전으로 당연히 도래할 언택트 사회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으로 인해 강제적으로 경험되고, 익숙해짐으로써 그 변화된 사회로의 진입이 순식간에 우리 눈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➊ 로봇 바리스타
➋ 편의점에 설치된 무인 셀프 계산대
➌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이미 예견된 언택트 사회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에도 언택트 사회를 예견하게 만든 세대들이다. 이들은 직접 대면보다 모바일을 통한 대면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세대로 직접 통화하거나 만나는 것보다 메시지, 데이터 같은 간접적인 접촉을 통한 소비를 선호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2017년 발표한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사람보다 편리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7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기다리는 대기시간이 짧아서(87%)나 처리시간이 짧아서(60%) 같은 편의성을 주로 들었지만, ‘직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을 수 있어서(28%)’ 같은 비대면을 선호하는 취향도 적지 않았다. 이처럼 메신저나 문자 소통 같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 이제는 전화 통화 자체를 기피하는 콜포비아(call phobia: 통화 공포증)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언택트 문화는 디지털, 모바일 사회의 고도화와 함께 그 저변을 넓혀오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초연결사회가 만들어내는 너무 많은 관계의 피로는 ‘나만의 시간’을 영위하고픈 언택트 문화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소다. 사회적 연결보다 자발적이고 간헐적인 고립을 원하는 이들은 적어도 소비나 문화생활 같은 개인적 삶에서만큼 홀로 지내려는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19의 역설
코로나19로 인해 의도치 않게 경험하게 된 언택트 문화는 그것이 가진 분명한 장단점을 드러냈다. 언택트 사회가 직접 대면을 피함으로써 오히려 만들어내는 친환경적인 요인들이나,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더 많은 여가와 개인화된 서비스들은 끝없는 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던 전 지구적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코로나19의 역설로 불리는 중국의 달라진 대기 질과 이태리 베니스의 달라진 수질은 물리적인 생산을 잠시 멈춤으로써 우리가 오히려 얻을 수 있는 게 클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켰다. 그러나 언택트 문화가 가진 단점 또한 분명하다. 이로 인해 야기될 노동시장의 재편이나, 지나친 디지털에 대한 집착이 야기하는 문제들은 그래도 직접적 소통의 부재가 가져올 기계적인 사회의 부작용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문제들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인간과 인간이 대면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기계를 통해 매개되는 사회의 차가움은 서로 ‘기대고 접촉함’으로써 그 존재를 확인받는 인간(人間)의 정체성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지나친 기우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이들에 감동하고 지지하는 마음의 거리 좁히기를 하는 것처럼, 적당한 거리두기(언택트)와 더불어 가까이 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들 또한 등장할 것이니 말이다.
키오스크가
사람보다 편해요
단위 : % 복수응답
87
대기시간이 짧아
60
처리시간이 짧아
28
직원과 대면하지 않아
22
개인 인적사항 노출 안돼
자료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 보고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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