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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의 지형은 납작하고 평평하다.
나라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곳이 해발 170m 남짓인 덴마크에 어울리는 수도랄까.
그런 도시에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언덕이 생겼다. 그것도 도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소각장 지붕 위에 얹은 언덕이다.
안에서는 소각로가 돌아가고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걷고 스키를 타는 곳,
코펜하겐의 랜드마크 코펜힐(CopenHill)이다.
공간의 높이가 언덕의 등고선이 되다
계획의 출발점은 낡은 소각장을 시민의 공간으로 바꾸려는 구상이었다.
2011년 국제설계공모에서 덴마크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Bjarke Ingels)가 이끄는 BIG의 설계안이 뽑혔다.
공장 지붕을 스키장으로 만들겠다는 제안이었다.
2013년 첫 삽을 떴고, 발전 설비는 2017년, 지붕의 레저시설은 2019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해마다 44만 톤의 폐기물을 처리해 7만 가구가 쓸난방 에너지를 만드는 인프라 시설과 시민의
공공 레저시설이 공존하게 된 셈이다.
건물 디자인의 실마리는 실내 공간의 높이에 있다.
폐기물 저장조, 소각로, 보일러, 배기가스 설비는 저마다 필요한 높이가 다르다.
보통은 이 들쭉날쭉한 높이를 네모 상자 하나로 덮어 감춘다. BIG는 그 차이를 역이용했다.
높이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각각을 잇는 지붕을 얹으면 자연스러운 경사면이 생긴다.
가장 높은 85m에서 지면까지 길게 흘러내리는 비탈이다.
설비 공간의 높이가 인공 등고선이 되고, 다시 시민의 언덕으로 번역된 결과다.
소각장에 대한 고민은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다.
성공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곳이 오스트리아 빈의 슈피텔라우 소각장이다.
예술가 훈데르트 바서가 외벽을 색색으로 칠하고 굴뚝에 황금빛 구를 얹어,
소각장 같지 않은 겉모습으로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코펜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겉모습을 꾸미는 대신 코펜하겐 시민들의 즐거움을 위한 적극적인 쓰임새를 추가했다.


지붕을 걷고 외벽을 오르다
독특한 외관은 알루미늄 패널을 벽돌처럼 한 켜씩 어긋나게 쌓아,
연면적 4만 ㎡가 넘는 덩치에 활기찬 리듬을 입혔다.
패널 사이는 유리를 끼워 소각장 안으로 채광을 들인다.
방문객은 정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서 대형 크레인이 폐기물을 퍼 올리는 장면을 보다가,
곧이어 펼쳐지는 도시 풍경을 만난다.
지붕에 올라서면 초록 비탈이 발밑에서 저 아래로 이어진다.
눈 없이도 탈 수 있는 인공 표면을 1만 ㎡ 깔아 계절과 상관없는 슬로프를 만들었다.
정상에서 지면까지 400m, 방향을 크게 트는 중턱의 회전 구간을 경계로 위쪽은 상급자가,
아래쪽은 초급자가 나눠 쓴다.
슬로프 옆으로는 조경 구역과 490m 산책로가 이어져 쉬엄쉬엄 언덕을 오를 수도 있다.
건물의 가장 큰 외벽은 85m 인공 암벽으로 쓴다.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공 암벽으로 소개됐다.
슬로프 아래에는 카페와 쉴 자리가, 정상에는 도시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가 놓였다.
맑은 날엔 멀리 외레순 해협 건너 스웨덴 쪽 해안까지 눈에 들어온다.
스키를 타러 온 사람과 피크닉을 즐기러 온 사람이 한 건물에서 각자의 오후를 보낸다.
비슷한 듯 다른 장소 하나가 떠오른다. 하남시의 유니온파크다.
소각장, 하수처리, 음식물자원화 시설을 지하에 구축하고 지상에는 광장과 물놀이, 체육공간을 두었다.
코펜힐이 설비를 지상에 쌓고 지붕을 시민에게 내주었다면,
유니온파크는 시설을 땅 밑에 묻고 지상 전체를 공원으로 돌려주었다.
건축적 콘셉트는 달라도 도달한 결론은 다르지 않다.
소각장은 어느 도시든 가장 감추고 싶은 시설이다. 그래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계속 밀려난다.
두 곳의 공통점은 관점을 뒤집어 감추고 싶던 것을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세웠다는 점이다.
언덕이든 공원이든 시민에게 좋은 장소를 내어주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도시의 변화는 시설이 아니라 좋은 장소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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