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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뮤지엄 산

2026-06-26

 

글. 최준석 건축사(나우랩 건축사사무소 대표)

 

 

7월이다. 최근의 여름 여행 트렌드는 인파로 가득한 해변이나 관광지보다 개인 내면을 돌보는

 ‘웰니스’의 영역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과잉 자극과 디지털 피로감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미술관은 좋은 피서지다. 

강원도 원주 구룡산 정상부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Museum SAN) 역시 이런 트랜드에 잘 어울리는 

미술관이다. 사색과 산책을 즐기는 단골 방문객들로부터 대체 불가능한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연에서 내부로, 접근 시퀀스와 미로의 미학

뮤지엄 산의 특징은 진입 방식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의도적으로 긴 진입로를 배치해 관람객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고르게 만든다. 

웰컴 센터에서 시작해 미술관 입구까지 도달하는 진입 방식은 건축적 계산으로 설계된 산책로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라 할만한 공간 시퀀스(Spatial Sequence)가 

교하게 구현되어 있다. 먼저 방문객은 패랭이꽃 군락을 이룬 플라워가든과 하얀 자작나무 숲을 

차례로 통과하며 조금씩 미술관에 접근하게 된다. 이는 시각적 번잡함과 청각적 

소음을 벗어나 미술관으로 들어설 심리적 준비를 위한 과정이다. 

진입 시퀀스의 정점은 미술관 입구 앞에 펼쳐진 수공간, 워터 가든이다. 

원주 특산석인 파주석으로 마감한 장중한 벽체 아래 잔잔한 수면이 펼쳐진다. 

짙은 해미석이 바닥에 깔린 수면은 주변 산세와 하늘, 그리고 노출 콘크리트 벽을 거울처럼 반사하며 

정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입구를 통해 내부로 진입하면 안도 다다오 특유의 내성적(Introverted) 공간을 만난다. 

평범한 관람 동선을 거부하는 사각형, 삼각형, 원형 등의 다양한 기하학 형태의 공간들이 

좁은 복도와 사선형 계단의 조합을 통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관람객은 마치 좁은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오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중한 노출 콘크리트와 거친 자연석 벽체로 둘러싸인 어두운 실내 공간을 소요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모퉁이에서 천창(Top light)을 통해 쏟아지는 빛과 마주하게 된다. 

이 역시 안도 다다오 특유의 건축 기법이다. 

얇은 슬릿(Slit) 형태의 틈새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시간 변화에 따라 벽면에 

매번 다른 그림자를 드리운다. 건축가의 의도는 간단 명료하다. 

정교하게 설계된 통제된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기분 좋은 고립감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것. 

아울러 공간 자체가 예술임을 느끼게 하는 것. 작품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섞이는 

내면적 체험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안도 다다오와 제임스 터렐 

뮤지엄 산은 안도 다다오 건축 철학인 빛, 콘크리트, 지역에 대한 순응이 잘 구현된 사례다. 

그가 설계한 다른 작품과 비교해 봐도 뮤지엄 산만의 성취는 돋보인다. 

가령 유명한 일본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地中美術館)이 내륙으로 파고든 세토내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건물 형체를 땅속으로 완전히 숨긴 극한의 은폐를 선택했다면, 

제주 섭지코지의 유민미술관은 현무암 벽과 바람이라는 제주 지역성을 콘크리트 틈새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지역 건축의 좋은 선례를 보여주었다. 

뮤지엄 산 역시 이러한 건축 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 

구룡산 정상부 지형을 그대로 수용하며 자연에 낮게 엎드린 순응의 태도를 보인다. 

은폐하거나 대립하지 않고, 지역 특산인 파주석의 부드러운 질감과 잔잔한 물의 흐름을 통해 

주변 산세와 능선을 건축의 일부처럼 유연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이야말로 뮤지엄 산만의 

건축적 성취라 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순응과 안도 다다오 건축 철학의 변주는 미술관 여정의 종착점이자 하이라이트인 

세계적 아티스트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특별 전시관에서 정점을 찍는다. 

빛과 시간을 주제로 공간 예술을 창작하는 작가의 특성에 맞춰, 

이곳의 공간은 시각적 감상을 넘어 관람객의 오감으로 빛의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타원형으로 천장이 개방된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에 들어서면, 실시간으로 변하는 

하늘의 색감과 착시로 비현실적 공간감을 경험하게 된다. 

관람객은 시각, 청각의 자극이 사라진 고요한 침묵 상태에 놓이게 되고 경계가 모호해진 

빛과 공간은 누구든 깊은 사색에 빠지게 한다. 첫 방문이라면 아마 꽤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미술관 피서의 장점은 일반 휴가지에서 얻을 수 없는 정신의 감흥을 체험한다는 점이다. 

물론 도심 미술관에서의 피서도 좋다. 빽빽하게 진열된 작품들과 좁은 공간, 

인파 사이를 피해 다니는 스트레스만 없다면 말이다. 

뮤지엄 산은 관람객에게 ‘비움’을 권유한다. 공간을 통해 어수선한 마음을 비우고, 

수면과 하늘을 바라보며 내면과 만나는 고요한 시간이 있다. 

속도를 늦추고 삶의 쉼표를 찾는 이들에게 뮤지엄 산을 추천한다. 

잘 만들어진 공간 하나가 건네는 품격 있는 위로를 체험할 수 있다. 

 

 

 

202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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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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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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