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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슈피텔라우 소각장의 교훈
공공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임을 알면서도 내 집 옆에 그런 시설이 있는 건 싫어하는 마음.
우리는 이런 현상을 ‘님비(NIMBY)’라고 부른다. 최근 몇몇 도시는 님비를 해결하는 좋은 선례를 보여준다.
불편한 시설을 숨기는 대신 오히려 드러내고, 시민이 찾는 공간으로 바꾸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하남에 있는 유니온타워 역시 성공적 사례 중 하나다.
지상과 지하로 분리한 공간 활용의 반전을 통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2014년 개장 후 누적 관람 인원 250만 명, 연평균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기피 시설이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해외 사례 중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슈피텔라우(Spittelau) 소각장’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후반 빈 시내 한복판에
소각장을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때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생태 건축가이자 화가인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가
설계에 참여하며 마법 같은 일을 이뤄냈다.
그는 통례적인 회색 콘크리트 외벽을 알록달록한 동화 속 그림처럼 칠하고 직선을
배제한 채 불규칙하고 자유로운 곡선과 창문들을 배치했다. 특히 소각장 굴뚝 꼭대기에는
거대한 황금빛 돔을 씌워 멀리서도 빛나는 예술 작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최첨단 친환경 기술로 유해 물질을 걸러내는 것은 물론, 겉모습마저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슈피텔라우 소각장은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빈의 명소가 되었다.

슈피텔라우 소각장
땅속으로 숨은 시설, 땅 위로 피어난 공원
유니온 타워의 핵심은 ‘땅 아래의 시설’과 ‘땅 위의 공원’ 사이의 절묘한 공존에 있다.
본래 시설의 용도는 쓰레기 소각장, 음식물 자원화 시설, 하수 처리장 등
여러 환경 재처리 시스템을 가동하는 공공폐기물 처리장이다.
과거 같으면 악취와 소음으로 도시의 외딴섬처럼 버려졌을 공간이다.
그러나 슈피텔라우 소각장에 비견할만한 결단으로 반전을 이뤄냈다.
주요 시설 모두 지하 25m 깊이의 콘크리트 벙커 내에서 해결한 것이다.
인프라 시설의 전면 지하화는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다.
지상으로 악취나 소음이 새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음압 및 탈취 시스템 구축은 필수다.
지상 공간에는 약 8만㎡에 달하는 잔디광장과 생태 연못, 전망대, 체육시설 등이 채워졌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시민들이 산책하는 도시의 놀이터로 변모한 것이다.
건축적 백미는 단연 공원 한가운데 우뚝 솟은 105m 높이의 ‘유니온 타워’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한강의 물결이나 바람을 형상화한 듯 유려한 곡선의 타워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타워 중심엔 건축적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구조물 뼈대가 지하 소각장에서 정화된 수증기를 배출하는 시설의 ‘굴뚝’이라는 사실이다.
길쭉하고 삭막한 콘크리트 굴뚝을 그대로 두지 않은 것은 좋은 아이디어였다.
굴뚝을 중심축으로 전망대와 엘리베이터가 감싸며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했다.
굴뚝에 아름다운 외피를 입히고 최상부에 지역의 훌륭한 풍경을 감상하는 멋진 전망 공간을 얹어,
기피 시설의 상징을 도시 랜드마크로 완벽하게 치환해냈다.
외장재는 금속 패널과 강화 유리로 쓰레기 소각장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하이테크한 미래지향적 느낌을 부여했다.
빈 슈피텔라우 소각장이 강렬한 색채와 형태라는 시각 예술을 통해 인프라의
외투를 화려하게 갈아입혔다면, 하남 유니온 타워는 전면 지하화와 시민 공간의 ‘공존’이라는
장소적 재구성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두 건축물 모두 도시의 필수 시설이 시민의 삶과 어떻게 친밀하고 아름다운
공존의 길을 열 수 있는지 증명하는 훌륭한 교본이다.
하남 유니온 타워는 이야기한다. 모두가 기피하는 공간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디자인,
기술이 결합할 때, 도시는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흉물스러운 굴뚝이
시민들이 찾는 우아한 전망대가 된 것처럼, 도시가 안고 있는 다른 문제들도 새로운
시각을 통해 내일의 랜드마크로 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남 유니온 타워 건축 POINT
첫째, 지하에 숨은 공간 상상하기
공원을 산책하며 딛고 있는 25m 아래에 도시의 노폐물을 묵묵히 처리하고 있는 거대한 공간을 상
상해 보자. 지상의 평화로움과 지하의 역동성이 만들어내는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전망대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
105m 전망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단순히 경치 감상의 목적을 넘어 전망대가 기피 시설의 굴뚝이라는 건축적 아이러니에 대해 곱씹어 보자.
셋째, 전망대에 올라 파노라마 뷰 감상하기
전망대에 올라 트인 풍경을 바라보면 한강과 검단산 그리고 빠르게 확장된 하남 신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현재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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