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별보기

찬 바람이 부니 어김없이 따뜻한 간식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노점 수가 줄어들어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귀해졌지만,
붕어빵과 계란빵, 호빵 같은 겨울 간식은 여전히 서민 대표 먹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글. 편집실


칼바람에 목도리를 끌어올리다가도,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달큰한 냄새가
풍겨 오면 저절로 발걸음이 그쪽을 향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점으로 가니 무쇠 틀에서 갓 나온, 팥소를 넉넉히 품은
붕어빵이 선반 위에 일렬로 놓여 있다.
붕어빵이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길을 나서면 왠지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겨울마다 사람들이 노점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단순하다. 차가워진 몸을 즉시 데워주는 온기,
걸으면서 먹기 좋은 간편함, 계절이 주는 특별한 풍미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철 따뜻한 즉석 간식류의 온라인 검색량은 기온이 떨어질수록 뚜렷하게 상승한다.
붕어빵의 역사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미의 형상을 한 일본의 다이야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붕어 모양으로 형태가 바뀌었고,
전후 길거리 상권이 활발해진 1980~90년대를 지나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팥을 넣어 구운 단순한 간식이지만 추운 겨울에 온기를 주는 붕어빵은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요즘 거리에서 붕어빵 노점을 예전만큼 보기가 쉽지 않다. 팥과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이 낮아졌고 하루 종일서서 굽는 노동 강도에
비해 이익이 많지 않아 장사를 접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속과 운영 규제도 노점 감소에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붕어빵 품귀 현상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붕어빵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단팥 붕어빵 외에도 슈크림, 피자, 고구마, 말차, 크림치즈 등 다양한 맛의
‘프리미엄 붕어빵’이 등장했고, 지역마다 개성 있는 노점은 SNS에서 화제를 모은다.
어떤 곳은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붕어빵을 파는 동네라는 뜻의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붕어빵을 비롯해 호떡, 군고구마, 어묵 등 겨울 간식을 판매하는 노점의 위치를
공유하는 어플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이 노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영업시간,
가격 등 정보는 물론 방문 후기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맛집을 찾아다니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재미와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겨울 간식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계절을 즐기는 일종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음식도 ‘경험형 소비’의 일부가 된 요즘이지만 붕어빵이나 계란빵, 호빵 같은 겨울 간식은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 없이도 매년 겨울이 되면 확실한 수요를 만들어낸다.
점점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기존의 것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트렌드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겨울 간식은 다양한 맛과 새로운 소비 방식을 기반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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