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별보기
캐는 재미, 먹는 재미가 쑥쑥
쑥, 봄의 향긋함을 키우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공원이나 산,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비닐봉지나 바구니, 그리고 작은 호미를 들고 다니며 매의 눈으로 ‘이것’을 찾아 잽싸게 캔다.
바로 쑥이다.
글 임혜선

한국인의 쑥 사랑
바야흐로 쑥의 계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쑥을 좋아한다.
쑥떡, 쑥밥, 쑥국, 나물무침은 물론 각종 찌개나 탕에도 쑥을 넣어 향긋함을 더한다.
남쪽에서 많이 잡히는 도다리에 쑥을 넣어 끓이는 도다리쑥국은 봄에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손꼽힐 정도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쑥의 인연은 무려 기원전으로 올라간다.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며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해를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하여 이를 지킨 곰이 웅녀(熊女)가 되고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쑥과 마늘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쑥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 때문에 재미있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005년, 한 미국 언론은 “한국인들이 미국 공원에서 쑥을 뜯는다”는 보도를 내놨다.
미국에서는 어떤 식물도 사전에 허가받지 않고 채취하면 처벌받게 된다.
당시 공원 관리자는 쑥을 채취하는 한국인들에게 ‘식물 채취는 불법’이라고 경고하며 이를 안내하는
한글 표지판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쑥은 미국에선 외래종이며, 뽑아도 뽑아도 사라지지 않는 잡초나 마찬가지였다.
이 쑥 때문에 고민이 깊었던 미국 메릴랜드주(州)의 몽고메리 카운티는 염소를 공원으로 들여보내
쑥을 뜯어 먹게끔 하기도 했지만 좀처럼 신통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국인들이 미국 공원에서 쑥을 뜯는다’는 기사를 발견한 몽고메리 카운티 공무원들이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쑥이 가장 크게 자라는 늦봄, ‘쑥 채집의 날’이라는 행사를 열었다.
‘쑥 채집의 날’은 쑥을 캘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 하루 동안 쑥 채집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에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은 마음껏 쑥을 캐가고 몽고 메리 카운티 공원에서는 자연스럽게
잡초를 제거하며 상부상조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 행사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전 인 2019년까지
매년 6월 5일 계속됐다.

이름도 효과도 다양한 쑥
이렇게 사랑받는 쑥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각종 생선찌개나 탕에 들어가는 쑥갓,
흐드러진 꽃잎이 귀여운 쑥부쟁이, 말려두었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약쑥, 뜸을 뜰 때 이용하는 참쑥,
손으로 뜯어서 비비면 개똥 냄새가 난다는 개똥쑥 등 모두 쑥의 일종이다.
용도에 따라 쑥의 채취 시기도 다르다. 쑥 수확 시기는 보통 3월에서 5월까지인데,
쑥국을 만들려면 어린잎을 사용하기 때문에 3월에서 4월 초에 채취하는 게 좋다.
많은 양의 쑥이 필요한 쑥버무리, 쑥떡에는 4월 중순이나 5월 초에 채집한 쑥이 좋다.
약재로 사용할 쑥은 5월 하순에 캐는 것이 가장 좋다.
쑥은 몸에 좋기도 하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는 ‘7년 된 병을 3년 묵은 쑥을 먹고 고쳤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동의보감》에서는 쑥을 두고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며 ‘위장과 간장,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복통 치료에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쑥은 식물성 섬유질이 풍부해 대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몸의 냉기를 해소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각종 부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쑥에는 독특한 향기가 있는데 이는 ‘치네올’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독소를 해독하고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거기에 다른 종의 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타감작용물질(alleochemicals)을 만들어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 미생물에 대한 화학적 방어 기능을 한다. 칼륨 성분도 풍부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동맥경화도 예방할 수 있다.
쑥, 아무 데서나 캐도 될까?
이처럼 다양한 효능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나물이니 봄만 되면 사람들이
쑥을 캐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말 도로나 하천변에서 쑥을 캐도 괜찮을까?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봄나물을 채취해 조사했다.
그 결과 도심 가까이에서 캔 봄나물은 중금속 오염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하천이나 도로변에서 자란 나물 377건과 야산·들에서 채취한 나물 73건을 비교한 결과
도심에서 채취한 나물에서는 납과 카드뮴 성분이 검출됐다. 반면 야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나물은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봄나물은 끓는 물에 데치거나 깨끗이 씻는다고 해도 중금속 성분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변이나 하천에서는 야생 봄나물을 채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농가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구매하자.
그래도 쑥을 캐는 재미를 놓치기 아깝다면 산에 오르는 것이 어떨까.
- 이전글 5월 문화 프로그램
- 다음글 무기력증 알아보기
- 기사수 1641
- 조회수 3673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