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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 자체로 자연을 지키는 일
LNT(Leave No Trace)는 야외 활동계의 ‘미니멀리즘(최소화를 추구하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짐만 꾸려 자연으로 떠나 최소한의 영향만 끼치고 돌아오는 것.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연 속 오롯한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이 많아진 이때,
LNT 운동은 그 무엇보다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다.
‘흔적을 남기지 말자’라는 뜻의 LNT(Leave No Trace)는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운동이자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비영리 단체의 이름이다. LNT 운동의 유래는 1970 년대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는 가솔린 버너와 합성수지로 만든 텐트, 침낭 등
각종 등산·캠핑 장비가 등장하면서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다.
야외 활동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 추세에 환경단체 및 보이 스카우트를 중심으로 자연 보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자 1980년대에 들어 미국 산림청, 토지관리국,
국립공원 관리청 등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여기에 미국 국립 아웃도어 리더십 스쿨과
유타대의 연구까지 가세하면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야외 활동 수칙이 수립됐고,
이를 바탕으로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인 결과 LNT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나름 뿌리 깊은 운동이지만 우리나라에 유입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IMF 위기로 갈 곳을 잃은 국민들이 산을 찾아들며 한바탕 등산 열풍이 불고 난 2000 년대에
잠시 주목 받았다. 주춤했던 운동이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오른 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캠핑과 차박을 떠나는 이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이동과 접촉에 제약이 생기며 답답하고 울적해진 마음을 가까운 자연에서나마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연으로 몰리는 인파가 많아질수록 자연은 제 모습을 잃어갔다.
지정된 탐방로나 야영장을 벗어난 곳에 접근하거나 취사가 금지된 구역에서 불을 피우고
조리하는가 하면, 무단으로 약초를 채취하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채 떠나는 일이
비일 비재한 탓이다. 이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와 친환경 이슈가 맞물리며
LNT 운동이 또 한 번 대두되고 있다. ‘자연을 즐기려다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 셈이다.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개념의 환경운동),
‘비치클린’(해변 청소), ‘클린 하이킹’(산 청소를 병행하는 등산) 등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이들은 치료적인 개념이라면 LNT 운동은 예방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하는
7가지 지침
첫째,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방문할 지역에 대한 특이 사항과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기후 변화나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안도 마련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최소의 인원으로 팀을 구성하고,
인원이 많을 경우 행동 반경을 최대한 줄인다. 음식도 준비해 가는 편을 권장한다.
단 채소나 과일류의 껍질은 모두 깎고, 포장제가 있는 식품은 모두 제거한 후 챙겨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지정 구역(단단한 땅 표면)만 걷고 캠핑하기
지정된 지역이란 정비된 탐방로나 캠핑장, 바위, 자갈, 마른 풀이나 눈을 포함하며,
이처럼 단단한 지면을 이용함으로써 토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야영 장소는 필요에 의해 새로 만들거나 개조하지 않도록 하고
호수와 계곡에서 60m 이상 떨어진 곳에 마련해야 수질 오염을 막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빨리 가려 지름길을 내지 않도록 한다.
셋째, 배설물이나 쓰레기를 정해진 방법으로 처리하기
배설물 처리가 쉽지 않은데, 소변은 풀밭이 아닌 맨땅이나 바위에 보고,
대변은 야영지나 탐방로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 15∼20c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해결한 다음 묻는다.
아무데서나 해결했다가는 발효가 되지 않아 거름으로 활용할 수 없고
암모니아 성분 때문에 나무 등에 피해를 줄 수도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농약이 깨끗하게 씻기지 않은 과일 껍질을 포함한 쓰레기들은
잘 분해되지 않으므로 남김없이 가지고 온다.
넷째,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탐방 지역의 역사적 구조물(유적지)이나 바위, 식물, 외래종과 같은 동물들을 발견하더라도
만지거나 가져오지 말고, 있는 자리에 그대로 남겨놓는다. 훼손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적인 상태를 지켜주는 것은 물론 다음 방문자 또한 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다섯째, 불 사용 최소화하기
우리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산림 및 산림 인접 지역에서 불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취사가 허가된 일부 구역도 있다. 이때는 경량 버너를 사용하고,
빛이 필요한 야간에는 손전등을 이용한다.
최근에는 발열재를 활용해 조리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할 일이다.
여섯째, 야생 동식물을 존중하기
야생동물을 쫓아가거나 음식을 주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는 사람에게 의존하는 습성을 기르고 다른 위험에 노출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짝짓기 시기나 새끼를 기르는 시기, 겨울철 등 민감한 시기에는 접촉을 피하고,
암벽 루트에서 맹금류의 둥지를 발견했을 때도 피하도록 한다.
일곱째, 타인을 배려하기
다른 사람도 충분히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쉬거나 야영할 때, 다른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큰 소리로 떠들거나 소음을 내지 않는다.
오르막길에서 무거운 배낭을 진 사람이 있으면 내려오는 사람이 길을 양보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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