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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아는 건지 내 생각을 가두는지 ‘필터 버블’
몇 분 전 검색했던 상품으로 웹페이지 속 광고란 전체가 도배되고, 영상 한 편을 재생했더니
유사한 동영상으로 정리된 목록을 제공받는 경험을 누구든 해봤을 것이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초래한 놀라운 변화다.
취향과 관심을 꿰뚫고 추천해준다는 점에서 편의성이 각광을 받는 한편
시야를 좁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똑똑하게만 보였던 서비스의 뒤에는 과연 어떤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을까.

‘맞춤형’ 서비스의 그늘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인터넷 기업이 개인 성향에 맞춘 정보만을 제공해 비슷한 성향의
이용자들을 한 영역 안에 가두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1년 미국의 온라인 정치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가 저술한 『생각 조종자들』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이 현상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시작됐다. 단골의 취향을 파악해 책을 추천해주는 동네 서점의 판매 방식을
온라인에서 구현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Big Data) 시대가 열리며,
구글, 네이버 등과 같은 포털 사이트는 물론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등과 같은 SNS와 영상 플랫폼에서도
‘맞춤형 정보 제공’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레이저가 우려한 지점은 마케팅에서 뉴스로 이용 영역이
확장되면서부터다. 문제가 제기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인터넷 뉴스 사이트들은 사용자의 관심이나
욕구에 맞춰 뉴스를 정렬하고 있으며 그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기까 지 했다. 이에 대해 프레이저는
“필터 버블은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생각들이 모여 있는 편안한 곳이지만, 필연적으로 왜곡 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확증편향’ 속에 갇혀 살 운명에 처했다”라고 경고했다.
필터 버블에 갇히면 평소 자주 보던 뉴스나 정보만 얻게 된다. 한정된 정보에만 노출되다 보니 한 가지 관점에
매몰되면서 다른 의견은 외면하거나 비난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특히 정치·사회적인 이슈에서
이러한 양상이 두드러지며 갈등과 대립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
해결점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인데, 필터 버블이 이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이용자와 일부 언론사들, 정보 균형 감각 있어
물론 일각에서는 유용한 정보를 선별하고 정돈해주는 기능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불필요한 정보들이 뒤섞여 쏟아지는 가운데 주요 뉴스를 골라내기 어려웠던 예전과 달리,
보고 싶은 뉴스로 시작해 추천받은 뉴스까지 넘나들며 관련 뉴스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뿐만 아니라 경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관심이 있고 중요하다고
판단한 뉴스의 경우, ‘경계심’ 때문에 라도 이용자들이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데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스스로 조정하고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을 드러낸다고 한다. 더불어 세계 곳곳에서
필터 버블을 깨기 위한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진보 성향 일간지 ‘가디언’은 특정 주제에 대한
보수적인 의견을 설명하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블루 피드, 레드 피드’에서 진보와 보수의
의견을 함께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사설속으로’라는 코너에서 한 주제에 대해
진보와 보수 각각의 의견을 균형 있게 보여주려는 시도를 했다. 필터 버블은 많은 정보에 노출되며
일어나는 피로감을 덜어 주고, 고민할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편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체적인 가치관과 신념형성에 혼란을 줄 우려도 있는 만큼 스스로 의식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새롭고 다양한 의견에도 호기심을 갖고 귀 기울이려 노력해 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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